칼럼 목록으로
기본 정보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의 과학 — 선택적 광열분해와 파장 진화의 역사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레이저로 혈관을 태운다"는 정도로 막연하게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물리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서동주 대표원장·2026-03-05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레이저로 혈관을 태운다"는 정도로 막연하게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물리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 핵심 개념인 **선택적 광열분해(Selective Photothermolysis)**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원리를 중심으로 하지정맥류 레이저 치료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파장의 변화를 따라가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선택적 광열분해란 무엇인가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버드 의대의 Anderson과 Parrish는 Science 지에 "Selective Photothermolysis: Precise Microsurgery by Selective Absorption of Pulsed Radia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합니다(PMID: 6836297). 이 논문은 레이저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념비적인 연구입니다.

선택적 광열분해의 핵심 원리는 세 가지 조건의 결합입니다.

첫째, 크로모포어(chromophore) 선택성입니다. 우리 몸에는 특정 파장의 빛을 다른 조직보다 훨씬 강하게 흡수하는 표적 분자들이 있습니다. 피부 레이저 분야에서는 멜라닌(색소), 옥시헤모글로빈(혈색소), 물(조직 내 수분) 등이 대표적인 크로모포어입니다. 레이저의 파장을 표적 크로모포어의 흡수 피크에 맞추면, 주변 조직은 거의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표적만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열 이완 시간(Thermal Relaxation Time, TRT)**입니다. 레이저가 조직을 가열하면 열이 주변으로 퍼져나갑니다. 이 열 확산이 일어나기 전, 즉 표적 구조물의 열 이완 시간보다 짧은 시간 안에 에너지를 전달하면 열 손상이 표적 내에 국한됩니다.

셋째, 충분한 에너지 밀도입니다. 표적을 파괴하기에 충분한 에너지(fluence)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이 세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레이저는 마치 저격수처럼 정확하게 표적 조직만 파괴하고 주변은 보호합니다. 이것이 선택적 광열분해의 본질입니다.

하지정맥류와 레이저 — 혈관 내 치료의 탄생

전통적으로 하지정맥류는 전신마취 하에 복재정맥을 절개하고 발사(stripping)하는 수술로 치료했습니다. 입원이 필요하고 회복 기간도 길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이를 대체할 혈관 내 치료(endovenous treatment)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정맥 내 레이저 치료(Endovenous Laser Ablation, EVLA)입니다.

EVLA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가느다란 광섬유를 정맥 안으로 집어넣은 뒤 레이저 에너지를 쏘아 정맥벽을 열로 손상시킵니다. 손상된 정맥은 점차 섬유화되고 흡수되어 사라집니다. 절개 없이, 전신마취 없이, 당일 퇴원이 가능한 치료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치료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정교했던 것은 아닙니다. 초기에는 "파장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치료 효과와 부작용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고, 이후 파장 최적화를 향한 20년간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제1세대 — 810nm, 940nm, 980nm: 헤모글로빈을 표적으로

2001년, 뉴욕의 Navarro, Min, Bone은 Dermatology Surgery에 810nm 다이오드 레이저를 이용한 EVLA의 첫 임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PMID: 11207682). 40개 복재정맥에서 100% 폐쇄율을 보고한 이 논문은 EVLA 역사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왜 810nm이었을까요? 이 파장대(800~1000nm)는 산화 헤모글로빈(oxyhemoglobin)의 주요 흡수 피크와 일치합니다. 선택적 광열분해 이론에 따르면, 레이저 에너지는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에 집중적으로 흡수되고, 가열된 혈액이 혈관벽을 손상시켜 폐쇄를 유도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즉, 혈액이 중간 매개체(intermediary)가 되어 열 손상을 전달한다는 개념입니다.

이 시기에는 810nm 외에도 940nm, 980nm 파장의 다이오드 레이저가 사용되었습니다. 세 파장 모두 헤모글로빈 흡수 스펙트럼 안에 위치하며, 임상적으로는 유사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Malskat 등이 2019년 발표한 메타분석(PMID: 31230868)에 따르면, 810~980nm 대역에서 파장 자체가 폐쇄율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비슷하게 효과적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제1세대 레이저에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치료 후 통증, 멍(ecchymosis), 혈관벽 천공(perforation)이 상당히 빈번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헤모글로빈에 에너지가 집중되면서 혈액이 급격히 끓어올라 증기 기포(steam bubble)가 형성되고, 이 기포가 혈관벽에 물리적 충격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가 필요 이상으로 강하고, 통제가 어려웠습니다.

van den Bos 등이 2008년 European Journal of Vascular and Endovascular Surgery에 발표한 기술적 리뷰(PMID: 17920307)는 이러한 초기 EVLA의 기전과 한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였으며, 파장, 에너지 밀도, 풀백 속도 등의 매개변수가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였습니다.

전환점 — "혈액이 아니라 혈관벽 자체를 표적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연구자들은 EVLA의 작용 기전을 재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레이저가 실제로 혈관 폐쇄를 일으키는 주요 경로는 무엇인가? 혈액을 통한 간접적 열 전달인가, 아니면 혈관벽의 직접적 가열인가?"

이 논쟁의 중심에 파장이 있었습니다. 물(water)은 헤모글로빈보다 훨씬 긴 파장인 1300nm 이상에서 강한 흡수를 보입니다. 혈관벽 자체가 수분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으므로, 파장을 물의 흡수 피크쪽으로 이동시키면 혈액이라는 매개체 없이 혈관벽을 직접 가열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2세대 레이저가 등장했습니다.

제2세대 — 1320nm: 물 흡수를 노린 첫 시도

1320nm Nd:YAG 레이저(CoolTouch CTEV)는 물의 흡수 계수가 헤모글로빈보다 높아지는 전환점 근처에 위치한 파장입니다. 이 레이저를 사용하면 에너지가 혈관벽의 수분에 더 많이 흡수되어 벽을 직접 가열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Moul 등이 2014년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에 발표한 대규모 후향적 연구(PMID: 24314878)는 1320nm 레이저로 1171건의 EVLA를 시행한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전체 폐쇄 성공률은 99.9%에 달했으며, 심부정맥혈전증, 영구적 신경 손상, 폐색전증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습니다.

1320nm은 임상적으로 효과적이었지만, 의도했던 것처럼 혈관벽 직접 가열이 주된 기전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습니다.

제3세대 — 1470nm: 물 흡수의 최적 파장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파장은 1470nm입니다. 이 파장에서 물의 흡수 계수는 810nm에 비해 약 40배 이상 높습니다. 즉, 혈관벽을 구성하는 콜라겐, 평활근 세포 등 조직의 수분에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흡수됩니다.

2009년 Almeida 등이 Vascular and Endovascular Surgery에 발표한 연구(PMID: 19628516)는 1470nm 레이저의 임상적 특성을 직접 검증하였습니다. 연구 제목은 "Saphenous laser ablation at 1470 nm targets the vein wall, not blood"로, 논지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1470nm 레이저로 처리했을 때 980nm 대비 에너지를 대폭 줄여도(20~30 J/cm vs. 80 J/cm) 충분한 폐쇄가 이루어졌고, 시술 후 통증과 멍이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혈관벽 천공이 줄어든 증거로 해석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1470nm이 가진 물 흡수 특성 덕분에 혈관벽을 보다 균일하고 효율적으로 가열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적은 에너지로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물이 문제였을까? — 논쟁은 계속된다

파장 진화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반전이 있습니다. 2014년 Malskat, Poluektova 등 네덜란드와 벨기에 연구팀은 수학적 광열 모델링을 통해 EVLA의 기전을 심층 분석한 두 편의 논문을 Lasers in Medical Science에 발표합니다(PMID: 24366291, PMID: 24105396).

이 연구들의 핵심 주장은 도발적이었습니다. 레이저에 의한 혈관벽 가열의 주요 기전은 파장에 무관하게 두 가지라는 것입니다. 하나는 광섬유 끝에 형성되는 탄화된 혈액 층(carbonized blood layer)이 약 1000℃ 가까이 가열되면서 발생하는 열 전도이고, 다른 하나는 레이저 빛을 흡수하여 가열된 주변 혈액이 혈관벽으로 열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즉, 혈관벽에 대한 레이저의 직접 흡수는 부차적 역할에 불과하며, "헤모글로빈을 표적으로 하든, 물을 표적으로 하든 근본 기전은 같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 수학적 모델에 따르면, 1470nm이 임상적으로 더 나은 이유는 물 흡수 때문에 혈관벽을 직접 가열해서가 아니라, 높은 수분 흡수로 인해 에너지가 혈액과 조직에 더 균일하게 분포되면서 과도한 국소 열 집중이 줄어들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모델 시뮬레이션에서는 1470nm이 810nm보다 벽 온도를 더 균일하게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것이 임상적 장점과 연결된다고 해석되었습니다.

이 논쟁은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의 문제가 아닙니다. "파장이 달라도 결국 결과는 비슷하다"는 메시지는, 임상의들이 특정 파장 장비를 과도하게 맹신하지 말고 에너지 밀도, 풀백 속도, 시술 기법 등 다른 요소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실질적인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제4세대 — 1940nm, 1950nm: 물 흡수의 극한을 향해

파장 진화의 최전선은 1900nm 이상의 레이저입니다. 이 파장대에서 물의 흡수 계수는 1470nm의 수십 배에 달합니다. Whiteley 등이 2021년 발표한 연구(PMID: 34687391)는 1470nm와 1940nm 레이저를 돼지 간 모델에서 비교하였고, 두 파장 간 열 확산 범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1940nm에서 탄화가 더 많이 발생하였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물 흡수가 클수록 에너지가 표면에서 더 빨리 소진되어 주변 조직으로의 열 확산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지나치게 강한 흡수가 오히려 국소 탄화와 예측 불가능한 열 분포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며, 최적 파장에 대한 결론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파장 외의 진화 — 광섬유 끝 모양의 혁신

파장 변화와 함께 광섬유 끝 형태(fiber tip)의 발전도 임상 성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초기에는 광섬유 끝이 평평한 베어팁(bare-tip) 방식이었습니다. 이 경우 레이저가 전방 일방향으로만 방출되어 혈관벽에 불균일하게 닿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후 방사형 방출 섬유(radial fiber)와 재킷팁(jacket-tip) 섬유가 도입되어 레이저 에너지가 360도 방향으로 균일하게 혈관 내벽 전체에 전달되도록 개선되었습니다. Teter 등의 포괄적 리뷰(PMID: 32631172)는 상위 파장(1470nm) + 방사형 섬유 조합이 하위 파장 + 베어팁 조합에 비해 시술 후 통증과 멍을 유의미하게 줄인다는 임상 근거를 정리하였습니다.

정리 — 파장 진화의 핵심 교훈

지금까지 하지정맥류 EVLA의 파장 진화 역사를 선택적 광열분해 원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초기 810~980nm 파장은 헤모글로빈 흡수를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효과적이었지만 혈액의 급격한 가열로 인한 통증과 조직 손상이 문제였습니다. 1320nm 파장은 물 흡수가 증가하는 구간으로의 첫 이동으로, 직접적인 혈관벽 가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1470nm 파장은 물 흡수가 크게 증가하는 구간으로, 낮은 에너지로 효과적인 혈관 폐쇄를 가능하게 하고 부작용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수학적 모델링 연구들은 혈관벽 직접 가열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며, 파장보다 에너지 전달 방식과 기기 매개변수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시사합니다. 1940nm 이상 파장은 물 흡수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탄화 증가 등 새로운 도전 과제가 있습니다.

결국 레이저 치료의 발전은 "선택적 광열분해"라는 철학 — 표적을 정확히 정하고, 그 표적의 특성에 맞는 파장을 선택하며,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최대의 치료 효과를 낸다는 원칙 — 을 끊임없이 정교화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원리가 앞으로도 레이저 의학의 진보를 이끄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참고 문헌

Anderson RR, Parrish JA. Selective photothermolysis: precise microsurgery by selective absorption of pulsed radiation. Science. 1983;220(4596):524-7. (PMID: 6836297)

Navarro L, Min RJ, Boné C. Endovenous laser: a new minimally invasive method of treatment for varicose veins — preliminary observations using an 810 nm diode laser. Dermatol Surg. 2001;27(2):117-22. (PMID: 11207682)

van den Bos RR, Kockaert MA, Neumann HA, Nijsten T. Technical review of endovenous laser therapy for varicose veins. Eur J Vasc Endovasc Surg. 2008;35(1):88-95. (PMID: 17920307)

Almeida J, Mackay E, Javier J, Mauriello J, Raines J. Saphenous laser ablation at 1470 nm targets the vein wall, not blood. Vasc Endovascular Surg. 2009;43(5):467-72. (PMID: 19628516)

Moul DK, Housman L, Romine S, Greenway H. Endovenous laser ablation of the great and short saphenous veins with a 1320-nm neodymium:yttrium-aluminum-garnet laser: retrospective case series of 1171 procedures. J Am Acad Dermatol. 2014;70(2):326-31. (PMID: 24314878)

Malskat WS, Poluektova AA, van der Geld CW, et al. Endovenous laser ablation (EVLA): a review of mechanisms, modeling outcomes, and issues for debate. Lasers Med Sci. 2014;29(2):393-403. (PMID: 24366291)

Poluektova AA, Malskat WS, van Gemert MJ, et al. Some controversies in endovenous laser ablation of varicose veins addressed by optical-thermal mathematical modeling. Lasers Med Sci. 2014;29(2):441-52. (PMID: 24105396)

Teter KA, Kabnick LS, Sadek M. Endovenous laser ablation: A comprehensive review. Phlebology. 2020;35(9):656-662. (PMID: 32631172)

Whiteley MS, Cross AC, Whiteley VC. No significant difference between 1940 and 1470 nm in endovenous laser ablation using an in vitro porcine liver model. Lasers Med Sci. 2022;37(3):1899-1906. (PMID: 34687391)

Malskat WSJ, Engels LK, Hollestein LM, Nijsten T, van den Bos RR. Commonly Used Endovenous Laser Ablation (EVLA) Parameters Do Not Influence Efficacy: Results of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Eur J Vasc Endovasc Surg. 2019;58(2):230-242. (PMID: 31230868)

Zhang C, Lyu W, Qiu P, et al. Laser ablation on vascular diseases: mechanisms and influencing factors. Lasers Med Sci. 2023;39(1):18. (PMID: 38155274)

서동주 대표원장

서동주 대표원장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다리핏의원

다리 증상,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정밀 도플러 초음파 진단부터 치료까지 — 서울아산병원 출신 흉부외과 전문의가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빠른 상담 · 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