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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 치료의 역사 — 고대 이집트부터 레이저 시술까지 2500년의 여정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하지정맥류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발목 아래로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온 혈관, 다리의 무거움과 통증, 그리고 피부 궤양… 이 오래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들은 시대마다 각자의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서동주 대표원장·2026-02-25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하지정맥류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발목 아래로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온 혈관, 다리의 무거움과 통증, 그리고 피부 궤양… 이 오래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들은 시대마다 각자의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고대의 원시적 결찰술에서 시작하여, 20세기의 수술 발거술, 그리고 오늘날의 레이저·고주파 시술에 이르기까지 하지정맥류 치료의 역사는 의학의 발전 그 자체입니다. 이 글에서는 약 2,500년에 걸친 하지정맥류 치료법의 변천사를 시대별로 살펴봅니다.

히포크라테스 초상 - 고대 그리스 의학의 아버지, 하지정맥류 치료를 최초로 기록한 의사

▲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0년). 압박 붕대를 이용한 하지정맥류 치료를 최초로 기록한 의사로 알려져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1. 고대 — 최초의 기록과 원시적 치료 (기원전 1550년 ~ 기원후 500년)

하지정맥류에 관한 인류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550년경 이집트의 에베르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 등장합니다. 여기에는 "구불구불하고 뱀처럼 생긴 다리의 혈관"에 대한 묘사와, 이를 절개했을 때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이미 당시 의사들이 정맥류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고대 그리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기원전 460~370년)**는 압박 붕대를 이용한 치료를 기록했습니다. 그는 정맥류가 있는 다리에 압박을 가하면 증상이 완화된다는 것을 관찰하였으며, "다리 전체에 붕대를 감아라"는 처방을 남겼습니다. 또한 그는 여러 개의 작은 절개를 통해 정맥류를 치료하는 방법도 기술하였는데, 이는 현대 정맥절제술(ambulatory phlebectomy)의 원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로마 시대의 의사 **켈수스(Celsus, 기원전 25년~기원후 50년)**는 정맥류 치료를 위한 절개 및 결찰 방법을 자세히 기술했습니다. 그는 정맥을 피부 절개를 통해 노출시킨 후 결찰(묶기)하고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이는 근대 수술 기법과 개념적으로 매우 유사합니다.

그리스 의사 **갈레노스(Galen, 기원후 129~216년)**는 정맥과 동맥의 차이를 구별하고, 정맥류가 정맥 내 혈액의 정체에 의해 발생한다는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이후 1,000년 이상 서양 의학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2. 중세 — 암흑기의 제한적 발전 (500년 ~ 1500년)

로마 제국의 붕괴 이후 유럽에서는 의학의 발전이 크게 정체되었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외과적 처치가 이발사(barber-surgeon)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정맥류 치료는 주로 뜨거운 쇠로 지지는 **소작술(cauterization)**이나 거머리를 이용한 사혈(bloodletting)에 의존했습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유럽과 달리 의학이 꽃피었습니다. **이븐 시나(Avicenna, 980~1037년)**는 그의 저서 《의학 정전(Canon of Medicine)》에서 정맥류 치료를 위한 외과적 방법과 압박 치료를 상세히 기술했습니다. 그는 "정맥류가 있는 다리에는 항상 지지대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수술 후 감염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제시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성인들의 치유 기적에 의존하는 종교적 치료도 많이 행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일부 외과의들은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고전적 방법을 이어받아 절개와 결찰을 시행했습니다.

3. 근세 — 해부학 혁명과 정맥의 이해 (1500년 ~ 1800년)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인체 해부학의 혁명이 하지정맥류에 대한 이해를 크게 바꾸었습니다.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 1514~1564년)**는 직접적인 인체 해부를 통해 정맥계의 해부학을 정확하게 기술했습니다. 그의 저작 《인체의 구조(De Humani Corporis Fabrica)》(1543년)는 정맥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정확한 그림을 최초로 제공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 1578~1657년)**가 1628년 혈액순환의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혈액이 심장에서 나와 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고,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정맥 내 판막(venous valve)**의 존재와 기능을 밝혀, 판막이 혈액의 역류를 막는다는 사실을 최초로 설명했습니다.

하비의 발견은 하지정맥류의 발생 기전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판막이 손상되면 혈액이 역류한다는 것, 즉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하지정맥류의 핵심 병리기전이 이 시기에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설명된 것입니다.

18세기에는 외과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정맥류 수술이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외과의 **장-루이 프티(Jean-Louis Petit, 1674~1750년)**는 대복재정맥 결찰술을 체계화했으며, 영국의 퍼시벌 포트(Percivall Pott)는 정맥류 치료의 외과적 원칙을 정리했습니다.

4. 19세기 — 근대 외과술의 시작과 경화요법의 탄생

19세기는 하지정맥류 치료에 있어 혁명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입니다. 마취술(1846년)과 무균술(1860년대)의 발달로 수술의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트렌델렌버그 검사(Trendelenburg test, 1891년)**는 독일 외과의 프리드리히 트렌델렌버그(Friedrich Trendelenburg)가 고안한 것으로, 대복재정맥 판막 부전을 진단하는 방법입니다. 환자를 눕혀 다리를 올린 후 다시 세울 때 정맥이 빠르게 차오르는지 확인하는 이 검사는, 20세기 중반 초음파 검사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표준 진단 방법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경화요법(sclerotherapy)**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1840년 프랑스 의사 샤스에냑(Chassaignac)이 정맥 내에 자극성 물질을 주입하여 정맥을 폐쇄시키는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이후 페럴(Férel), 미첼(Mitchell) 등 여러 의사들이 여러 가지 경화제를 시험했으나, 초기에는 색전증, 괴사 등의 합병증이 빈번했습니다.

1853년에는 영국 외과의 **찰스 마요(Charles H. Mayo)**가 정맥류의 외과적 치료를 더욱 발전시켰으며, 19세기 말에는 발거술(stripping)의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5. 20세기 전반 — 발거술의 황금기와 경화요법의 정립

**배브콕 발거술(Babcock stripping, 1907년)**은 미국 외과의 W. 웨인 배브콕(W. Wayne Babcock)이 고안한 방법으로, 금속 탐침(stripper)을 정맥 내에 삽입하여 정맥을 당겨 빼내는 수술입니다. 이 방법은 이후 수십 년 동안 하지정맥류 수술의 표준 방법이 되었으며, 현재도 전통적 수술에서 사용됩니다.

정맥절제술(phlebectomy) - 수술적 하지정맥류 제거 과정

▲ 정맥절제술(phlebectomy)의 실제 시술 장면. 피부를 소절개하여 정맥류를 직접 제거하는 방법으로, 20세기에 표준 치료로 자리잡았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20세기 초 **린저(Paul Linser, 1916년)**와 **시카르(Jean Athanase Sicard, 1918년)**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경화제인 고농도 포도당(hypertonic glucose)과 살리실산나트륨(sodium salicylate)을 개발하여 경화요법을 보다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게 했습니다. 1920~30년대에는 스웨덴, 프랑스, 독일에서 경화요법이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1944년 스웨덴 외과의 **로베르트 맥파든(Robert McPheeters)**과 프랑스 의사 **장 시그(Jean Sigg)**가 경화요법의 기술을 체계화하고 표준화했습니다. 특히 시그는 올바른 주사 기법과 경화제 용량을 정리한 교과서를 집필하여, 유럽 경화요법의 표준을 확립했습니다.

6. 20세기 후반 — 초음파 혁명과 최소침습 치료의 서막

1950~60년대 초음파 기술이 의학에 도입되면서 하지정맥류 진단에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도플러 초음파(Doppler ultrasound)**는 혈류의 방향과 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게 해주어, 기존에는 임상적으로만 판단하던 정맥 역류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 **이중 초음파(duplex ultrasound)**가 도입되면서, B-mode 영상과 도플러를 결합하여 정맥의 해부학적 구조와 혈류 기능을 동시에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맹목적인 수술에서 영상 유도 치료로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1980~90년대에는 **거품 경화요법(foam sclerotherapy)**이 개발되었습니다. 스위스의 쥬르네(Cabrera) 등이 경화제를 공기와 섞어 거품 형태로 만들면 더 적은 용량으로 더 넓은 면적의 정맥을 폐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테사리(Tessari) 방법으로 표준화되어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7. 21세기 — 혈관 내 치료의 시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하지정맥류 치료는 **최소침습 혈관 내 치료(endovenous treatment)**의 시대로 완전히 전환되었습니다.

경화요법(sclerotherapy) 일러스트 - 정맥에 경화제를 주입하는 과정

▲ 경화요법(sclerotherapy) 일러스트. 경화제를 정맥에 직접 주사하여 혈관을 폐쇄시키는 방법으로, 19세기에 처음 시작되어 현재까지 사용되는 치료법이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혈관 내 레이저 치료(Endovenous Laser Ablation, EVLA/EVLT, 1999~2000년)**는 스페인의 카브레라(Cabrera)와 미국의 베이른(Bone)이 개발한 방법으로, 얇은 레이저 파이버를 정맥 내에 삽입하고 레이저 에너지를 조사하여 정맥 벽을 손상시켜 폐쇄시킵니다. FDA가 2002년 허가했으며, 국소마취만으로 외래에서 시행 가능한 이 시술은 기존 수술을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주파 혈관 내 치료(Endovenous Radiofrequency Ablation, RFA, 1999년)**는 미국 FDA가 1999년 승인했습니다. 고주파 에너지를 이용하여 정맥 벽의 콜라겐을 수축·파괴시키는 방법으로, 레이저와 마찬가지로 국소마취 외래 시술이 가능합니다. 현재 ClosureFast® 카테터(미국 메드트로닉 사)가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고주파 치료(radiofrequency ablation) - 하지정맥류 혈관 내 고주파 시술 장면

▲ 고주파 혈관 내 치료(RFA) 시술 장면. 피부 소절개 후 카테터를 삽입하여 고주파 에너지로 정맥을 폐쇄시킨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베나실(VenaSeal™, 2015년)**은 미국 메드트로닉이 개발한 방법으로, 의료용 생체 접착제(cyanoacrylate)를 정맥 내에 주입하여 물리적으로 정맥을 폐쇄시킵니다. 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종아리 부위의 신경 손상 위험이 없으며, 종창(압박 스타킹 착용)이 불필요합니다. 미국 FDA는 2015년, 국내 식약처는 2017년에 승인했습니다.

**메카니코케미컬 절제술(Mechanochemical Ablation, MOCA/ClariVein®, 2010년대)**은 회전하는 와이어와 경화제를 결합한 방법으로, 열 에너지 없이 정맥을 폐쇄시킵니다. 신경 손상 위험이 낮고 추가적인 국소마취 주사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8. 치료 역사 한눈에 보기

기원전 1550년 | 이집트 에베르스 파피루스 — 최초의 정맥류 기록

기원전 400년경 | 히포크라테스 — 압박 붕대 치료, 다중 절개법 기록

기원전 25년~기원후 50년 | 켈수스 — 절개·결찰에 의한 정맥 제거 기술

1543년 | 베살리우스 《인체의 구조》 — 정맥 해부학 정립

1628년 | 윌리엄 하비 — 혈액순환·정맥판막 기능 발견

1840년 | 경화요법의 시초 — 정맥 내 화학물질 주입 시도

1891년 | 트렌델렌버그 검사 고안 — 정맥 역류 임상 진단

1907년 | 배브콕 발거술(stripping) 개발 — 20세기 표준 수술

1916~1920년대 | 현대적 경화요법 약제 개발 및 보급

1950~60년대 | 도플러·이중 초음파 도입 — 진단 혁명

1990년대 | 거품 경화요법 개발

1999~2002년 | 고주파(RFA), 레이저(EVLA) 혈관 내 치료 FDA 승인

2015년~현재 | 베나실(VenaSeal), 클라리베인(ClariVein) 등 비열 치료 확산

9. 현재와 미래 —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오늘날 하지정맥류 치료는 크게 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첫째, **완전 비열 치료(Non-thermal, Non-tumescent, NTNT)**의 확산입니다. 베나실(VenaSeal), 클라리베인(ClariVein), 거품 경화요법 등 열 에너지와 팽창마취(tumescent anesthesia)가 필요 없는 치료가 주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둘째, 초음파 유도 정밀 치료의 고도화입니다. 3D 초음파, AI 기반 혈관 지도 작성 등이 결합되어 더욱 정밀한 시술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셋째, **증거 기반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의 강화입니다. 대규모 무작위 대조 연구(RCT)를 통해 각 치료법의 장기 효과와 재발률이 체계적으로 비교되고 있으며, NICE(영국), ESVS(유럽혈관외과학회) 등의 국제 가이드라인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마치며

하지정맥류 치료의 역사는 인류 의학의 축소판입니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경험적 치료에서 출발하여, 해부학 혁명과 혈액순환의 발견, 마취와 무균술의 도입, 그리고 초음파와 레이저 기술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과학 기술이 정맥 치료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2,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히포크라테스가 관찰했던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질환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의 정밀도, 안전성, 편의성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이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 이 글은 역사적·교육적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치료는 반드시 혈관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서동주 대표원장

서동주 대표원장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다리핏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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