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아프고 불편하다면? —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
"수술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은 없다"는 설명과 매일 이어지는 다리 통증·무거움·부종 사이에서 환자는 혼란스럽습니다. 응급수술이 필요한지와 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는 다른 질문입니다. 영국 NICE, 미국 SVS·AVF·AVLS, 유럽 ESVS 진료지침과 무작위시험·인구 연구를 바탕으로, 증상이 있는 하지정맥류에서 치료의 필요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설명합니다.
"수술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은 없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다리가 아프고 불편합니다."
하지정맥류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는 고민입니다. 당장 위험하지 않다는 설명에 안심하면서도, 매일 이어지는 불편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치료를 받으면 과잉진료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하는지, 그리고 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응급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치료의 필요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국제 진료지침과 연구를 바탕으로, 증상이 있는 하지정맥류에서 치료의 필요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정리합니다.
1.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하지정맥류가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이 거의 없거나 가볍고, 검사와 진찰 결과를 고려했을 때 경과를 관찰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의 건강 상태나 선호에 따라 보존적 관리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미국 혈관외과학회(SVS)·정맥포럼(AVF)·정맥림프학회(AVLS)의 2023년 진료지침도 이 점을 분명히 합니다. 증상이 있고 역류가 확인된 환자라도, 보행 상태나 동반 질환 때문에 보존적 접근이 적합하거나 환자가 일정 기간 또는 계속 보존적 치료를 원한다면 압박치료를 일차 치료로 제안할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2.1.1).
반면 통증이나 무거움, 부종, 가려움 등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환자도 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사람에 따라 증상의 정도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따라서 이전 진료에서 들은 설명을 한 문장만으로 옳다거나 틀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증상을 이야기했는지, 초음파에서 무엇이 확인됐는지, 관찰을 권한 이유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후 증상이 달라졌거나 불편이 계속된다면 다시 평가받을 이유가 됩니다.
2. 통증을 줄이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도 치료의 목적입니다
의료에는 생명을 구하는 치료뿐 아니라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유지하며, 생활의 불편을 개선하는 치료도 있습니다.
오래 서서 일하기가 힘들거나, 다리의 무거움 때문에 활동을 줄이거나, 반복되는 불편으로 생활에 제약이 생긴다면 그 증상 역시 진료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합니다.
영국 NICE 진료지침(CG168)은 통증, 쑤심, 불편감, 부종, 무거움, 가려움처럼 문제가 되는 하지 증상을 동반한 하지정맥류를 혈관 전문 진료 의뢰 대상으로 제시합니다(1.2.2). 만성정맥부전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피부 색소침착이나 습진, 표재정맥혈전증, 정맥성 궤양도 같은 의뢰 대상입니다.
이는 증상만 있으면 바로 수술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환자가 겪는 불편을 의학적으로 평가하고, 치료 선택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치료가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연구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두 병원에서 합병증이 없는 하지정맥류 환자 246명을 수술군과 보존적 관리군(생활습관 교육)으로 무작위 배정해 비교한 연구(REACTIV)에서, 수술군은 2년 동안 삶의 질 점수와 증상, 혈관 소견에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는 발거술(스트리핑)이 표준이던 시기의 결과이고 대상이 영국 2차 진료기관에 의뢰된 환자라는 한계가 있지만, "증상 개선"이 측정 가능한 치료 목표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3. 다리가 아프다고 모두 하지정맥류 때문은 아닙니다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할 부분도 있습니다. 다리 통증과 부종, 저림이나 쥐가 나는 증상은 정맥질환에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닙니다.
에든버러 정맥 연구(Edinburgh Vein Study)는 일반 인구 1,566명을 대상으로 다리 증상과 진찰에서 확인한 정맥류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여성에서는 무거움·긴장감, 쑤심, 가려움이 주간부 정맥류와 통계적으로 관련이 있었지만, 증상의 유무와 정맥류의 유무가 일치하는 정도는 임상적으로 쓰기에 너무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정맥류가 있더라도 다리 증상의 상당수는 정맥 이외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유럽혈관외과학회(ESVS) 2022 진료지침도 비슷한 증상이 다른 하지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의 정도가 정맥질환의 심한 정도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부종이 있는 환자는 정맥 이외의 원인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결정해서도 안 되고, 초음파에서 역류가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불편을 그 혈관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증상이 언제 심해지는지, 어느 부위가 불편한지, 진찰 소견과 초음파에서 확인된 문제가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그래야 치료 후 기대할 수 있는 변화와 남을 수 있는 불편을 현실적으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4. 증상이 있고 치료 대상이 명확하다면, 시술이나 수술은 근거 있는 선택입니다
SVS·AVF·AVLS 2023년 진료지침은 증상이 있는 하지정맥류 환자 중 대복재정맥이나 소복재정맥의 축성 역류가 확인되고 시술에 적합한 경우, 장기간 압박스타킹만 사용하는 것보다 정맥에 대한 중재적 치료를 권고합니다(2.1.2, 강한 권고·중등도 근거). 앞서 본 것처럼 건강 상태 때문에 보존적 접근이 적합하거나 환자가 이를 원한다면 압박치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2.1.1).
즉,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 치료 적합성을 확인한 뒤 시행하는 치료는 진료지침에서도 인정하는 선택지입니다. "수술하지 않아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를 과잉진료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5. 과잉진료를 피하려면 치료의 이유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하지정맥류 치료를 모두 정당하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적절한 치료인지는 다음 질문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 환자가 실제로 겪는 증상과 생활의 불편은 무엇인가?
- 검사에서 확인된 어떤 문제가 그 증상과 관련 있다고 판단되는가?
- 경과 관찰이나 보존적 관리와 비교해 치료로 기대하는 이점은 무엇인가?
- 어느 혈관을 어디까지 치료해야 하는가?
- 합병증과 재발 가능성, 증상이 남을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했는가?
치료 필요성을 설명할 때는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점과 감수해야 할 부담을 함께 다뤄야 합니다. NICE 지침도 치료를 논의할 때 선택 가능한 치료, 각 방법의 기대 이점과 위험, 치료 후 새로운 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 한 번 이상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도록 권고합니다(1.1.2). 같은 지침은 진행 가능성과 합병증에 대해 환자가 가진 오해를 바로잡아 주라고도 적고 있습니다(1.1.1).
6. 관찰할 수 있는 환자와 치료를 논의할 환자를 구분해야 합니다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 미래의 악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일률적인 예방 시술을 권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SVS·AVF·AVLS 지침은 증상이 없는 C2 하지정맥류에서 예방적 중재가 질환의 진행을 막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체중 조절·압박스타킹·오래 서 있는 것을 피하는 생활 관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합의 진술 5.2.1).
한편 지속되는 증상이나 피부 변화가 있다면 이를 평가하고 치료 방향을 논의해야 합니다. 모든 환자가 심한 단계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피부 손상이나 출혈, 궤양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에든버러 정맥 연구의 13년 추적에서는 처음에 정맥류나 만성정맥부전이 있던 334명 중 57.8%에서 질환이 진행했고, 정맥류만 있던 270명 중 31.9%에서 피부 변화 같은 만성정맥부전 소견이 새로 나타났습니다. 바꿔 말하면 3분의 2는 13년 뒤에도 피부 변화 없이 지냈습니다. 진행 여부를 개인별로 미리 알 수는 없으므로, 관찰을 택한 경우에도 어떤 변화가 생기면 다시 진료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히 참으라는 설명도, 무조건 치료해야 한다는 설명도 아닙니다. 지금 상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이유 또는 치료를 고려할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설명입니다.
아프고 불편하다면, 그 이유를 확인할 권리가 있습니다
"당장 위험하지 않다"는 설명은 안심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동시에 환자에게는 매일 겪는 통증과 불편에 대해 평가받고, 개선할 방법을 논의할 권리가 있습니다.
다리핏의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환자가 느끼는 불편을 듣고, 검사 결과와 연결해 설명하며, 치료와 경과 관찰의 이점과 한계를 함께 살핍니다.
치료를 받기로 했다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지켜보기로 했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 때 다시 진료받아야 하는지 안내받아야 합니다.
아프고 불편한 일상을 개선하는 것은 정당한 치료 목표입니다. 그 목표에 맞는 치료인지 확인하는 기준은 환자의 증상, 객관적인 검사 결과, 그리고 기대되는 이점과 위험입니다.
참고 문헌
- NICE. Varicose veins: diagnosis and management. Clinical guideline CG168. 2013. https://www.nice.org.uk/guidance/cg168 — 혈관 전문 진료 의뢰 기준(1.2.2: 문제가 되는 증상을 동반한 정맥류, 피부 변화, 표재정맥혈전증, 정맥성 궤양), 환자 설명 항목(1.1.1 진행·합병증 가능성과 오해 교정, 1.1.2 치료 선택지의 이점·위험·새 정맥류·추가 치료 가능성).
- Gloviczki P, Lawrence PF, Wasan SM, et al. The 2023 Society for Vascular Surgery, American Venous Forum, and American Vein and Lymphatic Society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varicose veins of the lower extremities. Part II. J Vasc Surg Venous Lymphat Disord. 2024;12(1):101670. (PMID: 37652254) — 2.1.1 보존적 접근이 적합하거나 환자가 원하면 압박치료, 2.1.2 증상이 있고 대·소복재정맥 축성 역류가 있으며 시술에 적합하면 장기 압박치료보다 중재적 치료 권고(강한 권고·중등도 근거), 합의 진술 5.2.1 증상 없는 C2에서 예방적 중재는 진행을 막지 못함.
- Gloviczki P, Lawrence PF, Wasan SM, et al. The 2022 Society for Vascular Surgery, American Venous Forum, and American Vein and Lymphatic Society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varicose veins of the lower extremities. Part I. Duplex Scanning and Treatment of Superficial Truncal Reflux. J Vasc Surg Venous Lymphat Disord. 2023;11(2):231-261.e6. (PMID: 36326210) — 초음파 평가와 주간부 역류 치료의 근거.
- De Maeseneer MG, Kakkos SK, Aherne T, et al. European Society for Vascular Surgery (ESVS) 2022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on the Management of Chronic Venous Disease of the Lower Limbs. Eur J Vasc Endovasc Surg. 2022;63(2):184-267. (PMID: 35027279) — 증상의 비특이성, 증상 정도와 질환 중증도의 불일치, 부종에서 다른 원인 고려.
- Bradbury A, Evans C, Allan P, Lee A, Ruckley CV, Fowkes FG. What are the symptoms of varicose veins? Edinburgh vein study cross sectional population survey. BMJ. 1999;318(7180):353-356. (PMID: 9933194) — 일반 인구 1,566명. 증상과 주간부 정맥류의 일치도가 임상적으로 쓰기에 낮음, 상당수 증상은 정맥 이외의 원인일 가능성.
- Michaels JA, Brazier JE, Campbell WB, MacIntyre JB, Palfreyman SJ, Ratcliffe J. Randomized clinical trial comparing surgery with conservative treatment for uncomplicated varicose veins. Br J Surg. 2006;93(2):175-181. (PMID: 16432825) — REACTIV 무작위시험 246명, 수술군에서 2년간 삶의 질(SF-6D·EQ-5D)·증상·해부학적 소견 개선.
- Lee AJ, Robertson LA, Boghossian SM, et al. Progression of varicose veins and chronic venous insufficiency in the general population in the Edinburgh Vein Study. J Vasc Surg Venous Lymphat Disord. 2015;3(1):18-26. (PMID: 26993676) — 13.4년 추적, 334명 중 57.8% 진행(연 4.3%), 정맥류만 있던 270명 중 31.9%에서 만성정맥부전 발생.
※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입니다. 치료 여부와 방법은 진찰과 초음파 검사 후 개인별로 결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 하지정맥류 수술을 안 해도 된다는데 아프고 불편하면 치료를 받아도 되나요?
- 아프고 불편한 일상을 개선하는 것은 정당한 치료 목표입니다. 그 목표에 맞는 치료인지 확인하는 기준은 환자의 증상, 객관적인 검사 결과, 그리고 기대되는 이점과 위험입니다.
-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모두 수술해야 하나요?
- 하지정맥류가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이 거의 없거나 가볍고, 검사와 진찰 결과를 고려했을 때 경과를 관찰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증상이 없는 하지정맥류도 미리 시술해야 하나요?
-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 미래의 악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일률적인 예방 시술을 권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 하지정맥류 증상 때문에 받는 치료는 과잉진료인가요?
- "수술하지 않아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를 과잉진료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 하지정맥류를 치료하지 않고 지켜보면 모두 심해지나요?
- 모든 환자가 심한 단계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피부 손상이나 출혈, 궤양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