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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

최신 시술이 항상 더 나을까 — 정맥류 절제술(phlebectomy)의 장점과 근거 수준

1956년에 정립된 미세절개 정맥류 절제술은 지금도 표준 치료의 한 축입니다. 새로 나온 기법이 기존 기법을 이기지 못한 무작위 연구들과, '근거가 적다'와 '효과가 없다'가 왜 다른 말인지 정리했습니다.

서동주 대표원장·2026-09-01

상담 중에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기왕이면 제일 최신 방법으로 해 주세요."

이해가 가는 요청입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새것은 대체로 낫습니다. 그런데 정맥류 치료에서는 이 직관이 늘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새 기법이 기존 기법과 정면으로 붙어서 진 무작위 연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기법 하나를 놓고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미세절개 정맥류 절제술, 흔히 phlebectomy라고 부르는 방법입니다.


70년 된 방법이 아직 남아 있는 이유

이 방법의 원형은 1956년 스위스의 피부과 의사 로베르 뮐러(Robert Muller)가 정립했습니다. 국소마취 후 1~3mm 정도의 아주 작은 구멍을 내고, 갈고리 모양의 기구로 튀어나온 분지 정맥을 직접 걸어 빼내는 시술입니다. 봉합이 필요 없을 만큼 절개가 작아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그날 걸어서 귀가합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문제가 되는 혈관을 물리적으로 제거합니다.

이 단순함이 이 방법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다른 방법들은 혈관을 '닫는' 쪽입니다. 열로 지지거나(레이저·고주파), 약물로 굳히거나(경화요법), 접착제로 붙입니다(베나실). 닫는 방법에는 공통적으로 다시 열릴 가능성이 따라붙습니다. 반면 빼낸 혈관은 다시 열릴 것이 없습니다.

이 차이가 데이터로 나타나는지가 문제입니다.


근거 1 — 빼낸 혈관과 굳힌 혈관, 2년 뒤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de Roos 등이 2003년 Dermatologic Surgery에 발표한 연구로, 98개 다리를 절제술압박 경화요법에 무작위 배정했습니다.

1년 재발

  • 절제술: 48개 중 1개 (2%)
  • 압박 경화요법: 48개 중 12개 (25%)
  • p < 0.001

2년 시점에는 6건의 재발이 추가로 발생했는데, 전부 경화요법군에서만 나왔습니다 (p < 0.001).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과 약물로 굳히는 것 사이에 내구성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적어도 이 연구에서는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다만 같은 연구가 절제술의 대가도 함께 기록했습니다. 물집, 모세혈관 매팅(치료 부위 주변에 가는 실핏줄이 새로 생기는 현상), 흉터 형성, 붕대로 인한 멍이 절제술군에서 유의하게 더 많았습니다. 공짜로 얻은 내구성이 아닙니다.


근거 2 — 폐쇄술에 절제술을 더했을 때

절제술은 단독으로 쓰이기보다 주간부(복재정맥) 폐쇄술에 더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조합의 가치를 본 연구들도 일관된 방향을 보입니다.

영국 Hull 연구팀의 Carradice 등이 2009년 British Journal of Surgery에 발표한 무작위 연구(50명)에서는, 레이저 폐쇄에 절제술을 함께 시행한 군이 3개월 VCSS 0 대 2 (p < 0.001), 6주 AVVQ 7.9 대 13.5 (p < 0.001)로 뚜렷하게 좋았습니다. 같은 코호트의 5년 추적 결과에서는 절제술을 미룬 군의 24명 중 16명(67%)이 결국 추가 시술을 받았습니다.

2026년 4월 Phlebology에 실린 Xie 등의 메타분석은 무작위 연구만 6편(432명) 모아 다시 계산했습니다.

  • 재시술률: 상대위험도 0.33 (95% CI 0.18–0.62)
  • 6주 AVVQ: 평균차 5.24 (95% CI 2.53–7.94)
  • 12개월 VCSS: 평균차 0.86 (95% CI 0.40–1.31)
  • 표재성 혈전정맥염, 신경 관련 사건, 수술 후 통증, 중대한 이상반응: 차이 없음

관찰연구를 섞지 않고 무작위 연구만으로도 재시술 감소가 확인됐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2020년 Aherne 등의 메타분석에서는 무작위 연구 하위군에서 차이가 없었는데, 그보다 많은 시험이 모이면서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최신"은 왜 항상 이기지 못했나

여기서부터가 오늘의 본론입니다. 새 기법이 기존 기법에 도전했다가 진 무작위 연구를 세 편만 보겠습니다.

사례 1 — 동력 절제기(TIPP): 절개는 줄었지만 회복은 나빠졌다

2000년대에 투과조명 동력 절제술(TIPP)이라는 장비가 나왔습니다. 피부 아래를 빛으로 비추며 흡인 절삭기로 혈관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손으로 하나씩 빼내는 기존 방법보다 절개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판매 포인트였습니다.

Chetter 등이 2006년 British Journal of Surgery에 발표한 무작위 연구(62명)가 이를 검증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 절개 수: TIPP가 유의하게 적음 — 약속대로였습니다
  • 1주·6주 멍: TIPP가 유의하게 많음 (p < 0.01)
  • 6주 통증: TIPP가 유의하게 높음 (p = 0.019)
  • 전반적 삶의 질: TIPP가 나쁨, 회복도 더 오래 걸림

수술 시간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절개 수라는 지표 하나는 이겼지만, 환자가 실제로 겪는 것에서는 졌습니다.

사례 2 — MOCA: 팽윤마취를 없앴는데 통증은 그대로였다

기계화학적 폐쇄술(MOCA, 클라리베인)은 열을 쓰지 않아 팽윤마취가 필요 없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팽윤마취 주입이 레이저·고주파 시술에서 환자가 가장 아파하는 단계이므로, 이론적으로는 통증이 줄어야 합니다.

Hull 연구팀의 LAMA 무작위 연구(150명, 2021년 Annals of Surgery)가 이를 직접 비교했습니다.

  • 시술 중 통증(100mm 시각통증척도): 레이저 22mm 대 MOCA 15mm, p = 0.210 — 유의한 차이 없음
  • 1년 폐쇄율: 레이저 91%(63/69) 대 MOCA 77%(53/69), p = 0.020

줄이려던 통증은 유의하게 줄지 않았고, 폐쇄율은 오히려 낮았습니다. 증상·삶의 질 개선은 두 군 모두 컸고 서로 비슷했습니다.

사례 3 — 최신끼리 붙여도 차이가 없었다

Belramman 등의 MOCCA 무작위 연구(167명, 2022년 JAMA Surgery)는 비열·비팽윤 기법 두 가지, 즉 MOCA와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접착제를 직접 비교했습니다. 두 기법 모두 "통증이 적다"를 내세운 최신 방법입니다.

시술 직후 통증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시각통증척도 MOCA 24mm 대 접착제 20mm, p = 0.23). 폐쇄율·중증도·삶의 질도 비슷했습니다. 접착제군에서 4명이 표재성 혈전정맥염과 혈전 확장 같은 경미한 합병증을 겪었습니다.

세 연구의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새 기법이 내세운 장점이 무작위 비교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되더라도 다른 지표를 대가로 지불했습니다.


근거 수준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절제술의 근거가 풍부하기 때문에 위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숫자를 보시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연구 규모
de Roos 2003 (절제술 대 경화요법) 98개 다리, 단일기관
Chetter 2006 (기존 절제술 대 TIPP) 62명, 단일기관
Carradice 2009 (동시 절제술) 50명, 단일기관
Xie 2026 메타분석 무작위 연구 6편, 432명

의약품 허가 임상시험이 수천 명 규모인 것과 비교하면 모두 작습니다. 절제술과 경화요법을 직접 비교한 그 무작위 연구는 2003년 것이고, 이후 같은 규모로 반복된 대규모 연구를 찾기 어렵습니다. Imperial College 연구팀이 절제술과 폼경화요법을 비교하는 무작위 연구(160명 목표)를 2018년에 등록하고 2019년에 프로토콜을 발표했지만, 저희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결과 논문을 찾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흔히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근거가 적다"와 "효과가 없다"는 다른 말입니다.

오래된 기법은 특허도 판매사도 없습니다. 대규모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비용을 댈 주체가 없습니다. 반대로 새 기기는 허가와 판매를 위해 연구가 만들어집니다. 다만 그중 상당수는 비교군이 없는 단일군 연구이고, 추적 기간이 짧습니다.

그 결과 논문 편수만 세면 새 기법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기존 방법과 무작위로 비교해서 이겼다"는 연구로 좁히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위의 세 사례가 그 지점을 보여 줍니다.

논문의 개수가 아니라 설계를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절제술의 단점도 분명합니다

균형을 위해 반대편도 적습니다. 절제술은 만능이 아닙니다.

절개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작아도 피부를 여는 것이고, 개수가 늘면 그만큼 회복 중 불편이 커집니다.

멍과 색소침착이 생길 수 있습니다. de Roos 연구에서 절제술군의 물집·매팅·흉터·멍이 유의하게 많았던 것이 이 점을 보여 줍니다.

술자에 따라 결과 차이가 큽니다. 기계가 하는 일이 아니라 손으로 하는 일이라, 혈관을 어디서 어떻게 걸어 빼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표준화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모든 혈관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피부에 아주 가깝게 붙은 미세혈관이나 실핏줄에는 절제술을 쓰지 않습니다. 그 영역은 경화요법이나 레이저의 몫입니다.

그리고 앞서 인용한 근거들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동시 시술과 단계적 시술을 다룬 글에서 정리했듯, 절제술을 함께 하는 것이 언제나 유리한지는 가이드라인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그래서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하나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최신"은 선택의 기준이 아닙니다. 기준은 그 방법이 어떤 혈관에 적합한가입니다.

  • 주간부(복재정맥)처럼 굵고 깊은 혈관 → 열 폐쇄(레이저·고주파) 또는 비열 폐쇄(베나실·MOCA)
  • 피부 밑으로 굵게 튀어나온 분지 정맥 → 절제술 또는 경화요법
  • 피부에 비쳐 보이는 실핏줄 → 경화요법, 표재 레이저

각 층에 맞는 도구가 다르고, 한 사람의 다리에 여러 층이 동시에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실제 치료는 대개 조합이 됩니다.

새 기법에 진짜 가치가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베나실은 압박스타킹 부담을 줄여 주고, MOCA는 무릎 아래처럼 신경 손상이 우려되는 구간에서 선택지를 넓혀 줍니다. 요점은 그 장점이 적용되는 상황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다리핏의원이 2세대 열치료부터 3세대 비열치료, 그리고 절제술까지 함께 갖추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구가 하나뿐이면 모든 혈관을 그 도구로 설명하게 됩니다.


마치며

최신 기술은 대체로 무언가를 개선하려고 나옵니다. 그 의도가 실제로 달성됐는지는 기존 방법과 무작위로 비교한 연구만이 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연구를 보면, 개선이 확인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70년 된 절제술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은 관성 때문이 아닙니다. 물리적으로 제거한 혈관은 다시 열리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 여러 무작위 연구에서 반복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그 대가로 절개와 멍이 따른다는 것도 같은 연구들이 함께 기록했습니다.

병원을 고르실 때 "최신 장비를 갖췄는지"보다 "왜 그 방법을 고르는지 설명할 수 있는지" 를 보시길 권합니다. 도구가 여럿일 때 비로소 환자의 혈관에 맞춰 고를 수 있고, 고를 수 있을 때만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 de Roos KP, Nieman FH, Neumann HA. Ambulatory phlebectomy versus compression sclerotherapy: results of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Dermatol Surg. 2003 Mar;29(3):221-6. (PMID: 12614412)
  • Chetter IC, Mylankal KJ, Hughes H, Fitridge R. Randomized clinical trial comparing multiple stab incision phlebectomy and transilluminated powered phlebectomy for varicose veins. Br J Surg. 2006 Feb;93(2):169-74. (PMID: 16432820)
  • Carradice D, Mekako AI, Hatfield J, Chetter IC. Randomized clinical trial of concomitant or sequential phlebectomy after endovenous laser therapy for varicose veins. Br J Surg. 2009 Apr;96(4):369-75. (PMID: 1928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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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herne TM et al. Concomitant vs. Staged Treatment of Varicose Tributaries as an Adjunct to Endovenous Abla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Eur J Vasc Endovasc Surg. 2020 Sep;60(3):430-442. (PMID: 32771286)
  • Mohamed AH et al.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Endovenous Laser Ablation Versus Mechanochemical Ablation With ClariVein in the Management of Superficial Venous Incompetence (LAMA Trial). Ann Surg. 2021 Jun 1;273(6):e188-e195. (PMID: 31977509)
  • Belramman A et al. Pain Outcomes Following Mechanochemical Ablation vs Cyanoacrylate Adhesive for the Treatment of Primary Truncal Saphenous Vein Incompetence: The MOCC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Surg. 2022 May 1;157(5):395-404. (PMID: 35385061)
  • Belramman A, Bootun R, Lane TRA, Davies AH. Foam sclerotherapy versus ambulatory phlebectomy for the treatment of varicose vein tributaries: study protocol for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Trials. 2019 Jul 3;20(1):392. (PMID: 31269978)
  • Gloviczki P et al. The 2023 Society for Vascular Surgery, American Venous Forum, and American Vein and Lymphatic Society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varicose veins of the lower extremities. Part II. J Vasc Surg Venous Lymphat Disord. 2024 Jan;12(1):101670. (PMID: 3765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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